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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아 네 맘대로 펴라,
『OVEN』 엿보기
Seethesun 2020년 10월 26일

인터뷰집을 출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은 당연히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 이루어지는 질의응답. 그 긴장되고도 재미난 순간에는 예상치 못한 답변과 인터뷰이의 강력한 색깔이 묻어난다. 『OVEN』을 만나보기 전, 재미있고 유쾌한, 어쩌면 가장 진실된 날것의 인터뷰를 미리 즐겨보자.

 

 

2020년 봄, 코로나로 한창 세상이 시끌시끌하던 때, 씨더썬 팀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작업실에 모여 앞으로의 기획에 대한 수많은 회의를 진행했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인터뷰집을 진짜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바쁘게 움직여야 했고 부딪혀야 할 일들이 많았다. 4명 모두 직접 책을 기획하고 출간해 본 경험이 없었기에 무작정 리스트를 뽑아 작가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답을 기다렸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작가님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어 지금의 <oven>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어설픈 초보 기획자들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준 13분의 작가님들께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꽃들아 맘대로 펴라, <홍이현숙>

 

Q.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8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딴짓을 좀 하다가 대학원을 들어갔어요. 대학원을 마친 후 결혼을 했는데, 둘째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전시가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당시에는 대학로에 갤러리가 많아서 포트폴리오를 들고 대학로를 헤맸어요. 그러던 중 1갤러리의 큐레이터이던 최정화 씨의 제안으로 첫 번째 개인전을 하게 되었죠. 그 뒤로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작업을 활발히 하기가 어려웠고,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직설적으로 안 하겠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작업하느라 머리를 민 적이 있는데 시아버지한테 엄청 혼났었거든요. 그래서 집을 나갔었어요. 회피가 잘 안되고 부딪히고 깨지는 타입이에요.

 

잘할 수 있어서 한다기보다는, 생각을 하고 만들어 내면 생기는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Q. 오랜 시간 작업을 지속해오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같아요. 예술이나 작업에 대한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옛날에는 성취감과는 별개로 이루려는 게 있었어요. 뭐가 되고 싶다든지, 워너비, 성공 같은 꿈이 있어서 조급했는데, 지금은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점에서 편해진 것 같아요.

 

Q. 그렇게 변화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폐경? 폐경 이후 건강도 안 좋아지고 그러면서 많은 걸 내려놓았다고 할까. 삶에서 거리두기가 좀 가능해졌어요. 연희동 이전에 일산에 작업실이 있었는데, 그때 많은 여성작가들이 모여 으쌰 으쌰 하며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했죠. 이후에 연희동을 거쳐 이리로 오면서 또 새롭게 뭔가를 하려는 참이고요.

 

Q. 작가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시나요?

 

중요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죠. 시대에서 같이 호흡하는 시대정신이 없다면 작가가 아닌 거죠. 동시대에서 조금 더 아방해야 되겠죠. 사람에 따라 견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르지만, 조금이라도 자기 능력을 더 보여주는 게 맞고요. 과정 중 비를 맞는다면 비를 맞아야죠. 적어도 자신이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데, 메두사의 뗏목처럼 어려워요. 앞 세대를 아우르고 나는 태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게 맞다 생각해요. 내가 더 나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누구도 간 적 없는 길을 가보는 거죠.

 

Q. 일상을 살아가거나 작업을 하는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적 태도나 가치가 있으신가요?

 

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너무 성실하다는 가책이 있어요. 가치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가치를 위에 두지 않았다면 이때까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한데, 최근에는 오락가락하기도 해요. 실제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이 있잖아요. 생존 앞에서는 가치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 때때로 소중하게 생각되다가도 전혀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공존해서 늘 힘든 것 같아요. 태도가 그것에 따라가는 거지만요. 내가 생활이 너무도 힘들면 작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먹고살지 않았을까.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찌 보면 그것도 확률의 문제인 것 같아요.

 

Q. 지금 말씀해 주신 부분이 이제 작업을 시작하는 시기에 중요한 지점인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흔히들 하잖아요. 여성들은 시집가면 작품 그만둔다, 작업을 한다. 모두가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 계획이 있는 분들도 계실 텐데 작가로 살아갈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선 모델이 없으면 스스로 모델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당차게 인간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 옛날 드라마의 대사가 있어요. ‘꽃들아 네 맘대로 펴라’. 너무 멋있잖아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

 

홍이현숙 작가의 작업실을 가는 길은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작가님을 처음으로 만나 뵙는 자리가 긴장되면서도 예술가의 작업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이 컸다. 오랜 세월 작업을 하며 예술이라는 것이 체화된 삶을 살아온 그의 작업실은 아늑하면서도 편안했다. 가는 내내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 인터뷰를 시작하자 누구보다 진지하게 열심히 답변을 해주었고 중간중간 커피와 고구마 등의 간식을 권하기도 했다. 양자물리학, 축지법 등 인터뷰에서 듣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과 열정을 보여주었고 듣는 이의 입장에서 자연스레 그의 삶에 빠져들게 되었다. 2시간에 달하는 인터뷰 시간 동안 담담하게 작업과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 홍이현숙 작가의 전체 인터뷰를 oven에서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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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작가들, 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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