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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미술관
모바일 아트 마켓 '@개찰구'
야기 2019년 11월 29일

모바일 아트 마켓 ‘개찰구’의 경우는 그와 비슷하면서 다르다. 자리를 온라인으로 옮겼으나 ‘관람’은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하도록 유도한다. 작품의 ‘이야기’를 떡밥 삼아서다.

 

문제는 오래된 만큼 풀이가 다양했다. ‘시장’의 형태를 차용해 벽을 낮추기도 했고, 자리를 ‘온라인’으로 옮겨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기도 했다. 대중과 시각예술의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는, 그러니까 대개 그림을 친숙한 '제품'으로 대중에 소개하는 것으로, 굿즈로 분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의 모습으로 내는 것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모바일 아트 마켓 ‘@개찰구’의 경우는 그와 비슷하면서 다르다. 자리를 온라인으로 옮겼으나 ‘관람’은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하도록 유도한다. 작품의 ‘이야기’를 떡밥으로 던져서다.

 

사무실 책상 위 놓여진 홍보 포스터. 활용된 그림은 <열린날>, 송유경, 2018, 39.5 x 45cm, oil on plywood

 

찾아가는 그림 서비스

‘개떡’과 ‘찰떡’이 만난 것은 2018년, 찰떡이 운영하던 스타트업에 개떡이 디자이너로 들어오면서다. 음원 및 텍스트 콘텐츠의 IP(지식재산권)를 다루던 스타트업에 입사한 개떡은 원래 설치 입체를 작업하던 작가였다. 자연히 미술 유통에 관심이 뻗쳤다.

 

“시각 예술 프로젝트를 할 때 유통이 빠질 수가 없잖아요. 관객이나 고객에게 작가가 직접 닿기 어려운 시스템이니까요. 그런데 이 시스템이 너무 소수만을 위한 거거든요. 그래서 이 유통 시스템을 한번 건드려 보자, 하게 된 거죠.” (개떡)

 

마침 다른 프로젝트가 정돈되던 시기라 다른 프로젝트에 들일 짬이 났다. 찰떡이 기존에 갖고 있던 미술에 관한 인상도 프로젝트 실행에 한몫했다. 미술계의 열렬한 관객이 아니었던 그에게 미술은 모르면 어쩐지 민망한 교양 지식 같은 것이었다.

 

“저도 이게 어두로 계속 나오거든요. ’미술을 잘 모르다 보니까’. 이게 미술의 문제인 것 같아요. 꼭 뭐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되잖아요. 아니, 왜 우리가 모르면 안 되는데? 모르면 어때서?” (찰떡)

 

개떡의 안타까움과 찰떡의 분개 중에 아이디어가 구체화했다. 대중에게 동시대 시각 예술을 소개하고 싶다, 그런데 다수 대중은 시각예술 작품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할 방도로는 무엇이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작품이 이동하면 되겠구나’.

 

“타깃이 ‘저 같은 사람’이에요. 기존에 미술이나 아트 굿즈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갤러리를 가든, 고정된 장소에서 열리는 아트 마켓에 가든 해서 구매를 하시지만,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아트 굿즈나 미술 작품을 찾아가서 보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작품 자체가 이동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했어요.” (찰떡)

 

프로젝트의 이름은 ‘@개찰구’. 가다가 들르는, 거쳐 가는 정도의 품만 들이면 도착할 수 있는 장소, 지하철역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된 까닭이다.

 

“시작은 서대문구에 속해 있는 지하철역 기준으로 먼저 선정을 했어요. 서대문구를 지나는 역들이 DMC나, 여러 곳 있긴 한데, 거긴 아무래도 저희가 타깃팅한 관객분들이 안 계실 수도 있어서, 홍대입구나 합정은 또래분들이 많이 계시고 접근성이 좋잖아요. 그래서 거기를 추가했습니다. 총 11개 역에서 진행해요.” (찰떡)

 

그러나 품은 품. 전제는 여전했다. 대중은 단지 시각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술 작품 감상 외에 다른 미끼가 있어야 하겠다. 무엇이면 좋을까. 무엇이면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개떡찰떡이 선택한 방법은 ‘이야기’였다.

 

작품의 이동이 잦은 만큼, 완충재, 테이프 등 포장 용구를 사무실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사진 중앙 그림은 <열린날>, 송유경, 2018, 39.5 x 45cm, oil on plywood

 

이야기는 떡밥

개떡찰떡은 자체 아트 마켓으로 웹사이트 ‘@개찰구(이하 개찰구)’를 운영한다. 개찰구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관객은 두 가지 ‘찾아가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작품 구매와 도슨트(작품설명), 혹은 도슨트. 

 

“웹에 있는 아트 마켓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시고 도슨트 혹은 구매를 선택하신 다음에 11개 지하철역 중 가까운 역과 편한 시간을 선택해주시면 돼요. 그러면, 그 시간에 그 역으로 개떡이나 찰떡이 찾아가서 작품 설명을 해드리거나 작품을 전달해드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개떡)

 

한 번에 만 원이 덜 되는 금액을 지불하면 미리 선택한 지하철역에서 15분간의 도슨트를 들을 수 있다. 작품 이야기와 작가의 가치관 등이 주 내용이다.

 

“결과물인 작업 말고 작업에 담은 가치관이 특이하신 분들도 있어요. 어떤 작가가 되게 특이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더라, 듣기도 하거든요, 개떡한테. 스토리 발굴을 하죠. 가공하려고 하고.” (찰떡)

 

도슨트를 향한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도 이야기. 웹사이트의 작품 설명란에는 작가로부터 전달받은 작가 노트가 편집되어 올라간다.

 

“작품 설명란에 작가 노트 전문을 다 올리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작품 시리즈를 다 보셔야 이해 가는 것도 있고, 또 너무 길어지면 흥미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기만 올리면 매력적이겠다’ 하는 부분을 협의 하에 편집해서 게시합니다.” (찰떡)

 

그러나 이따금 개찰구의 도슨트는 어떤 종류의 작품을 어떻게 관람해야 하는지 관람법 전반을 전달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웹사이트의 작품 소개란이 비기도 한다. 작가가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길 꺼리는 일이 종종 있는 까닭이다.

 

“작품 이야기를 안 하시는 분들이 있죠. 철저히 알리고 싶지 않다, 관객의 뒤통수를 치고 싶다, 이래서 말을 안 할 수 있어요. 또, 직관적인 작업이면 작가 노트가 없을 수도 있고요.” (개떡)

 

이 같은 상황에 다소간 흥분하면서도, '텍스트로 남기지 못한 경우'에 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문예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과중하지 않냐는 설명이었다. 애초에 작가가 설명을 글로 남길 필요가 한 발 더 나아가 보면 없지 않느냐고 이들은 되묻는다. 만일, 우리에게 작품을 보고 그것을 바로 읽어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별도의 텍스트는 애초 필요 없지 않았겠냐고.

 

작품을 포장하는 상자에도 작가노트와 같은 '이야기'가 담긴다. 사진 속 작품은 <핑크색 받침대와 화분>, 이소, 2019, 53 x 45cm, oil on canvas

 

개떡같고 찰떡같은

팀 개떡찰떡은 설치 입체를 작업하는 작가 겸 디자이너 ‘개떡’과 콘텐츠 유통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찰떡’의 2인 체제다. 개떡같이 말해서 개떡, 그걸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찰떡이 됐다. 그러나 개찰구 프로젝틀 진행하면서는 종종 개떡이 찰떡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작가와 소통하는 때였다.

 

“저는 원래 시 쪽에서 일했어요. 시인들과 연락을 많이 했는데, 미술 작가와 연락하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사용하는 단어도 다르고, 무엇을 좋아하시는지도 잘 몰랐죠. 작가분들에게 홍보하는 데도 애먹었는데, 이 친구 혼자 그 작가들이 쓰는 언어를 맞춰야 하는 거잖아요. 그럴 땐 이 친구가 찰떡이었죠.” (찰떡)

 

작가를 섭외할 때도 개떡의 품이 컸다. 작가들의 소통 통로를 개떡이 알고 있었다. SNS를 헤치고 근래 전시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한 작가님들의 작품을 살펴서 컨택할 작가를 추렸다. 연락처를 모아서 메일을 보내는 것도 개떡의 일이었다.

 

“SNS로 작가분들을 엄청나게 본 것 같아요. 서치를 몰래 많이 했어요.” (개떡)

 

찰떡은 찰떡의 일이 있었다. 계약서를 정리하고 거래가 일어났을 때 활용할 계산서를 정돈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작품이 게시되고 활용되는 방식을 작가와 논의하는 일이 찰떡의 업무였다.

개찰구에서는 작품의 외형을 고화질 이미지로 볼 수 있다. 판매된 작품에는 ‘솔드아웃’이 붙을 뿐, 애초 게시된 이미지와 작가노트는 계속 아카이빙한다. 이는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전송권'이라는 게 저작권에 관련된 거거든요. 웹에 게시됐을 때 상대방의 DB에 저장이 안 되더라도 그게 화면에 보이고 캐시로 쌓이면 저작권이 일부 사용된 거예요. 그런 것에 동의를 구하고 올린 거죠.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다 있고요.” (찰떡)

 

이 같은 협의는 모두 대중에게 좀 더 많은 유인 거리를 던지기 위해 진행된다. 작가의 언어를 대중의 마음이 동할 만한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인 셈이다.

 

포장 준비 중인 작품들. 정유나, 2019, 50 x 50cm 원형, Acylic painting(왼), <열린날>, 송유경, 2018, 39.5 x 45cm, oil on plywood

 

관객에게 미리 설문지를 받아 그에 기반해 제작을 시작하는 작업 ‘보다신’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소통 역시 노력의 한 예다.

 

“원래 초반부에 작가님과 계약할 때 그 설문지는 확실하기 구매할 관객에게만 보여줬으면 한다고 얘기가 나왔었어요. 기사에 '엠바고' 걸 듯이요. 그런데 그 이후에는 취지를 이해해주셔서, 작가분이 접근범위를 좀 더 넓혀주셨어요. 설문지까지는 보실 수 있게요. 다만, 완성된 작품은 구매해야 보실 수 있겠죠.” (찰떡)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온라인에는 지금도 작품의 외형을 담은 사진도, 작품 설명도 없이 일자와 장소만 게시된 전시 홍보 글이 허다하다. 작품이 팔리면 웹에 게시되었던 작품 이미지를 모두 삭제하기도 한다.

 

“작품이 팔리면 웹에서 다 내리기도 한대요. 공연권이 없는 거죠. 대중이 볼 수 있는 권리를 차단해버리는 거니까. 그래서 작품이 더 비싸지는 걸 수도 있고요.” (찰떡)

 

이들은 이 같은 세태를 답답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작가가 아니라 유통과 홍보로 탓을 돌렸다.

 

“개떡이 작업하는 걸 보면 작업 과정 중에 충분히 설명할 게 있었는데 그게 안 남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안 남긴 게 아니라 못 남긴 거거든요. 텍스트로 남기는 게 어려운 거예요.” (찰떡)

 

‘문예’도, 대중과의 소통도, 우선은 작가가 아니라 유통과 홍보의 몫이라는 설명이었다. 한 발 나아가, 대중에게 미술의 언어를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우리가 만약 미술 작품과 친했다면 글 보면 바로 읽듯이 미술 작품 보면 바로 볼 수도 있는 건데, 그런 마음이 우리한테, 대중에게 없으니까 그럴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끔, 장이 마련되면 좋겠죠.” (찰떡)

 

다만, 그런 장이 마련되고 효과적으로 굴러갈 때까지는 유통과 홍보가 작가의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열심히 번역할 것.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개떡찰떡의 목표다.

 

개떡찰떡의 사무실 한 켠에는 사진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가 마련돼있다. 사진 속 작품은 <핑크색 받침대와 화분>, 이소, 2019, 53 x 45cm, oil on canvas

 

다음에도 개떡과 찰떡

개찰구는 11월 17일 첫 번째 시즌을 마무리하고 잠시 휴지기에 들어섰다. 웹사이트도 재단장 중이다. 새로운 작품을 모으고 이전 시즌을 정리하는 중인 이들에게 다음 계획을 물었다.

 

“온라인에서 더 퍼졌으면 해서 당분간 온라인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첫 번째 시즌은 페이버릿미를 통해 자체 웹사이트로 들어갔잖아요. 다음번에는 다른 플랫폼을 찾아서 진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지하철역을 확장하는 건 그 이후에, 작가분들이 충분히 많아지고 저희 프로젝트가 퍼졌을 때 할 것 같아요.” (개떡)

 

찰떡의 계획은 좀 더 사업과 밀착해 있다. 두 갈래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에서 하고 있던 게 문학 텍스트랑 음원 저작권 관리와 유통이었거든요. 이게 어느 정도 자동화되어서 미술 유통으로 올 수 있었어요. 이번에 거래 건수를 더 많이 발생시켜서 미술 유통 쪽도 잘 마무리된다면, 이것도 꽤 자동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거래와 관련해서 이 계약서를 쓰고 작가분은 이렇게 정산하는 걸 선호하고, 이런 매뉴얼이 생기겠죠?” (찰떡)

 

또 하나는 개떡이 작가가 되는 것. 종종 찰떡보다 더 경영의 언어로 말하고는 하는 개떡이 유통, 시장을 이해하는 작가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동시에 찰떡은 이 시스템을 몰라서 아직 시장에서 모습 드러내지 못하는 작가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미술 쪽 창작자들이 외로워하는 이유가 쉽게 말하면,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 잖아요. 시장이 답답하다는 건데, 사실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죠. 시장 구조 조금만 알면 더 잘 나갈 친구들이 충분히 많거든요.” (찰떡)

 

단, 이번에도 작가에게는 화살을 겨누지 않는다. 좋은 작가가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는 것 역시 유통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우리 둘이 만든 이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 어떤 작가가 자기 작품을 판다면, 그 구조 덕분에 작가는 성장할 수 있겠죠. 수수료를 받을 테니 그게 우리에게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거고요.” (찰떡)

 

다음 시즌, 또 다음 시즌, 혹은 또 다른 프로젝트로 시도를 확장할 이들의 다음을 추동하는 힘은 무엇일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 개떡찰떡 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순한 것 같아요. 아까 계속 얘기 나왔던 ‘미술을 잘 모르지만’ 이걸 떼고 싶어요. 다수가 즐길 수 있는 예술’. 너무 거창한데? 거창하게 해주세요, 거창하게.” (개떡)

 

 

개떡과 찰떡은 에디터에게 작품 사진을 잘 찍어주면 좋겠노라고 요청했는데, 에디터의 능력이 부족해 그렇게 하지 못했다. 눈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작품 이미지는 개찰구의 공식 웹사이트(@개찰구)에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는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 재단장을 위해 잠시 닫아두었지만, 가까운 12월에 다시 개장할 예정. 작품 이미지 일부는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SNS를 확인하며 기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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