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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길 88-11 야기 2019년 11월 14일

미스터리 초심자도 너그러이 품고 추리 덕후들의 끝없는 수다도 받아줄 수 있는 공간, 미스터리 소설을 파는 작은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에 다녀왔다.

 

진열장의 책은 종종 바뀐다. 관련 이슈가 있어서 혹은 그냥 사장님이 근래 흥미롭게 읽어서

 

뜨내기도 받아주시나요?

서점은 눈 닿는 데 보다 조금 깊은 데 있다. 그렇다고 숨겨진 맛집 혹은 간판 없는 카페처럼, 그러니까 ‘아는 사람만 아는’ 식으로 숨겨진 것은 아니고, 적당히, 그냥 적당히 몸 숨기고 있다. 골목의 너비는 걷기에 무리가 없고, 외관부터 내부까지 나무를 바른 인테리어는 불쑥 멀끔하지만 느슨한 조명 덕인지 조금만 도드라지고는 만다. 창 너머 보이는 것이 전부 서가라서 ‘서점’이라는 것이 멀리서 봐도 단박에 드러난다.

닫힌 문의 문을 여는 일의 부담을 그 적당과 단박이 던다. ‘뭣 모르는 나조차도 바로 알아챘다’는 사실은 공간이 뜨내기를 밀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부르는 까닭이다.

 

미스터리 유니온 전경

 

아니, 그런데 그래도 되는 건가? 이름부터 ‘미스터리 유니온’인데, 추리소설 책방인데, 공간부터 뭐가 뭔지 알쏭달쏭 헷갈리게 꾸며야 하는 것 아닌가?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은 방 탈출도 좋아하던데, 막 들어가면 못 나올 것처럼 생겨야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속 다 보여도 되는 거야?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들어서는 순간 알게 된다. ‘아, 그런 것만 추리소설은 아니었다, 참’ 하고.

 

미스터리 유니온 벽면

 

코지 해도 미스터리

에디터에게 ‘추리 소설’이란 종종 ‘스릴러’와 동의어였다. 심장 죄는 심리전이나 피 칠갑한 범죄 현장이 ‘미스터리’하면 당장 떠올랐다. 또 다른 낯익은 단어가 ‘미스터리’에 와 붙은 것은 공간에 첫발 들여서 달력 위를 날아다니는 까마귀의 윤곽, 셜록과 왓슨의 초상을 한참 들여다본 다음이었다. 그랬지. ‘탐정물’도 추리소설이었지.

서점의 곳곳에서는 셜록의 시대, 그러니까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 영국’의 냄새가 함빡 난다. 미스터리 유니온의 로고는 흡사 해리포터 기숙사 로고처럼 생겼고, 낮은 서가 위에는 검은색 타자기에 종이쪽이 꽂혀 있다.

 

미스터리 유니온 로고 도장(왼)과 장식용 타자기(오)

 

물론, 탐정물에도 (잔혹성은 덜 하나더라도) 심리전은 얼마든 있고 피 칠갑한 범죄 현장도 담길 수 있다. 그래도 아직 '역시 추리 소설은 나랑 안 맞겠다' 물러서기는 이르다. 추리는 해보고 싶은데, 심장 죄는 것 싫고 피 튀는 것도 싫고, ‘추리’에만 집중하고 싶은 그대를 위한 서가가 준비되어 있는 까닭이다. ‘코지(cozy) 미스터리’다.

농도 짙은 ‘사건’이 없더라도 일상사 추리가 필요한 일은 계속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마련된 ‘코지 미스터리’ 서가에는 다른 코너보다 산뜻한 색감으로 무장한 책들이 꽂혀있다. ‘본격 추리’ 책과 ‘추리 요소’가 있는 책을 섞어서 비치한다.

 

코지 미스터리 서가

 

‘코지 미스터리’ 외에도 다양한 기준으로 책을 분류해두었다. ‘메디컬 미스터리’, ‘고딕/호러 미스터리’처럼 소재별로 구분하기도 하고 ‘영국 고전’처럼 국가별로 나누기도 한다. 비교적 익숙한 미국, 영국, 일본의 추리 소설 외에도 스페인, 중국, 이탈리아 등 생소한 국가의 추리 소설만을 따로 정리한 서가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살펴볼 것.

 

국가별 서가

 

일렬로 늘어선 서가를 훑으며 걷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과연, 추리소설의 세계는 넓고도 다 갈래로다.

 

숨덕 여러분, 방공호 왔습니다

뜨내기에게도 열려있고 종종 ‘코지’한 공간 미스터리 유니온은 물론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도 특별한 공간이다.

추리소설을 ‘덕질’하는 이들은 지나다 발 살짝 들여본 뜨내기에게 배척당하는 느낌을 주지 않을 만큼 숨어서 덕질하는, 요컨대 ‘숨덕’들이다. 조용히 서점을 찾아 사장님과 몇 마디를 주고받은 다음 그날의 책을 품고 돌아가는 이들이지만, 모름지기 덕질은 떠들어야 제맛. 어디 한번 신명 나게 한바탕을 벌이자고 종종 자리를 펼치니, 낭독회와 북 토크다.

 

북 토크 포스터 (출처 : 미스터리 유니온 인스타그램)

 

‘달밤 낭독회’라고 이름 붙여서 저녁 복판에 벌어지는 낭독회는 추리 소설 한 권을 돌아가며 한 장씩 소리 내어 읽어보는 행사, 북 토크는 ‘추리 소설’과 관련한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하는 행사다. 북토크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되는데, 추리 소설 독자 몇몇이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작가나 번역가 등의 연사를 모셔서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 

행사는 신청자가 서가 사이에 둥글게 둘러앉아 진행된다. 네댓이라도 무릎 모아 앉아야 할 정도의 공간이라, 앉아서 이야기 나누자면 흡사 친구 방에 처음 놀러 간 것 같은 포슬포슬한 기분이 든다.

 

미스터리 유니온 내부

 

또 하나의 매력은,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유니온이 소담하게 깐 멍석은 추리 소설의 비즈니스성이나 텍스트와 멀어진 대중이나 팍팍한 현실 등을 이야기하기 보다 오롯이 ‘즐거움’을 논하는 자리다. 강연도 결국 공부의 즐거움에 무게가 오롯이 실린다. ‘나는 어째서 이것을 좋아하는가’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다 보면 곧 ‘책’이라는 단어와 북 토크의 무게는 덜어나고 애정은 배가한다.

매달 특정 주제에 따라 책을 추천하는 서가가 따로 있다는 점도 주목. 지난 10월의 주제는 ‘호텔 앤드 미스터리(hotel & mystery)’이었다. 보통 매달 초 지난달의 책을 정리하고 이달의 주제를 정한다. 혹 그달의 큐레이션이 궁금하다면 주제가 페이드 되는 매달 초를 지나서 찾아가기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이달의 큐레이션

 

장르 소설, 특히 추리 소설을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아니면 거기 텃세라도 있을셰라 고민하고 있는 그대, 혹은 추리 소설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입 밖으로 마구 표출하고 싶은 그대, 미스터리 유니온에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 믿어보라. 꽤 튼튼하고 안전한 방공호다.

 

 

운영 시간 : 화~토 13:00 ~ 20:00, 일~월 휴무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동 이화여대길 88-11
전화번호 : 02-6080-7040
인스타그램 : @mysteryunio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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