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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느리게 걷자
어슬렁 페스티발
야기 2019년 10월 8일

축제의 거점 '제비다방'은 일대 임대료가 줄곧 오르는 중에도 제자리를 버텼고, 상수동의 상인들은 올해도 축제의 장으로 공간을 내주었다. 축제는 돌아온다는 약속을 3년째 꼬박 지키고 있다. '어슬렁'이라는 기왕의 주제를 잊지 않고서.

 

버스킹과 함께 하는 상수동 산책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이 주관하고 서울인디뮤직페스타 및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축제 <어슬렁 페스티발(EarthRun Festival, 이하 어슬렁)>이 다가오는 10월 12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1시 상수동에서 열린다. 12일 하루, 상수동에는 놀 거리가 산적할 예정. 축제를 찾은 방문객이 상수동 골목골목을 "여유 있게 배회"하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어슬렁 음악가의 깜짝 공연(이하 어슬렁 버스킹)'은 어슬렁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놀 거리다. 이번 어슬렁 버스킹에는 도마, 여유와 설빈, 전기성 등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열두 팀이 참여한다. 상수동의 밥집, 커피집, 편의점을 무대 삼는다.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생경한 풍경이 관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라는 설명.

어슬렁 페스티발 2018에서 공연 중인 뮤지션 신나는섬 (어슬렁 페스티발 제공)

사전 신청은 따로 받지 않는다. 공연 감상을 위해 유념해야 할 규칙도 따로 없다. 뮤지션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동안 가게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12일 상수동 골목을 배회하다가 '내 건데' 싶은 음악이 들린다면 얼른 들어가서 감상하면 되겠다. 물론,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골라봐도 좋다. 참여 뮤지션과 시간, 공연장은 아래 시간표 참고.

어슬렁 페스티벌 2019 시간표 (어슬렁 페스티발 제공)

 

걸으면 보이는

어슬렁 달리기, 어슬렁 거리 요가, 어슬렁 거리 골프 또한 어슬렁이 야심 차게 준비한 즐길 거리다. 이름만 들으면 심상해보이지만, 각자 독특한 데가 있다. 달리되 천천히 달리고, 요가를 하되 가게 앞에 매트를 펼치며, 탁 트인 벌판이 아니라 좁은 골목에 홀을 둔다. 천천히, 풍경을 살피면서,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는 데 목표가 있는 까닭이다.

어슬렁 달리기, 어슬렁 페스티발 2018 (어슬렁 페스티발 제공)

어슬렁 달리기는 가장 늦게 결승선에 도착하는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느린’ 달리기 경주. 다섯 시부터 사십 분간 진행된다. 제비다방에서 그문화다방까지 달린다.
경주라고는 하지만, 1위 상품과 2위 상품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달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프로그램. 아프리카 타악 그룹 ‘아토’의 흥겨운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어슬렁 거리 요가는 치킨 가게 ‘본투비 치킨’ 앞에서 요가를 하는 행사다. 요가를 하는 중에도 치킨은 튀긴다. 치킨 냄새를 맡으며 6시 30분부터 30분간 자신과의 지난한 싸움 끝에 평온을 얻자는 것이 행사의 요. 황지혜 강사님이 지도한다.

어슬렁 거리 골프는 올해 신설된 행사다. 상수동 골목골목을 골프공과 함께 굴러다닌다는 것이 행사의 내용. 황지혜 강사님이 함께 한다. 골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배워가며 참여할 수 있다.

어슬렁 거리 요가, 어슬렁 페스티발 2018 (어슬렁 페스티발 제공)

각 행사는 SNS에서 사전 신청을 받는다. 현재(10월 8일) 기준, 어슬렁달리기와 어슬렁 거리 요가는 신청이 마감되었고, 어슬렁 거리 골프만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링크 확인.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아쉽게 신청 기간을 놓쳤다면, 참가자의 여정을 따라 배회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몰래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달리기하는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달리고, 요가를 하는 사람들과 곁에 걸음 멈추어 가게를 구경하고, 골프공을 굴리는 사람들을 쫓아 걷다 보면 제법 괜찮은 산책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동선에 상수동 사람들의 고민이 녹아있을 테니까.

어슬렁 지도 (어슬렁 페스티발 제공)

이번 행사에 참여한 상수동 가게는 틈, 황금투구, 느리네 등 열세 곳. 12일 하루, 축제를 펼칠 장으로 공간을 선뜻 내어주었다. 부대행사 상품인 운동화, 도넛판(SP), 음료는 각각 제비다방, 리플레이, GS25상수홍대점에서 제공한다. 어슬렁 공연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제비다방'을 중심으로 상수동에서도 활동하는 이들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슬렁은 상수동 사람들이 상수동을 찾아온 손님에게 '우리동네 상수'를 소개하는 행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동네 사람들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산책 코스'가 제시된 동선 속에 녹아있을 터. 버스킹 공연장을 따라, 프로그램의 동선을 따라 상수동을 걷다 보면 어느덧 동네 사람들만 아는 산책로를 공유받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어슬렁 페스티발 2018에서 공연 중인 뮤지션 도마 (어슬렁 페스티발 제공)

 

어슬렁 200% 즐기는 법

상수동 한 바퀴 해보기로 했다면, 아래 덧붙인 소개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알고 가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짧은 정보 둘.

1. 여기저기 룰루랄라

‘여기저기 룰루랄라’는 10여 년 영업하다 올해 3월 휴업을 시작한 공간 ‘한잔의 룰루랄라(이하 룰루랄라)’의 사장님(이하 라장님)이 직후부터 진행 중인 다른 가게와의 컬레버레이션 프로젝트다. 범위는 전국구. 부산, 광주, 최근에는 도쿄 고엔지에도 다녀왔다. 라장님이 가게를 방문해 룰루랄라의 음식이나 음료를 낸다.

한동안 여름 메뉴 ‘깻잎 냉모밀’을 준비했다. 이미 함빡 추워진 10월, 이번 여기저기 룰루랄라에서다는 다른 메뉴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룰루랄라의 명물 ‘룰랄레(룰루랄라 카레)’는 사정상 이번에는 선보이기 어렵다는 소식이지만, 또 다른 메뉴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니, 혹 궁금하다면 현장에서 확인하시라.

여기저기 룰루랄라 x 부산 김씨네 붴(좌), 여기저기 룰루랄라 x 서교동 두리반(우) (출처 : 한잔의 룰루랄라 페이스북 페이지)

2. 까르푸황의 어슬렁 인생 상담

미세먼지가 가장 왕성한 계절은 지나왔어도 여전히 마음 답답하지 않은 날 하루 없는 인생사, 하루쯤 숨통 터보자고 어슬렁에서 속 풀이할 곳을 마련했다. 행사 막바지인 열 시부터 까르푸황의 인생 상담이 진행된다.

이번 어슬렁에서 인생 상담을 진행하는 까르푸황은 뮤지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베이시스트면서 프로듀서. 지난 6월 음악 페스티벌 '종로콜링2019'에서 한 차례 인생 상담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종로콜링2019에서는 인기 캐릭터 ‘자두’가 프린트된 카드 장난감 ‘자두의 해결카드’를 활용해 상담했다. 과연, 이번 어슬렁에서는 어떤 신묘한 상담이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6년 온스테이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처음보는여자. 사진의 베이시스트가 까르푸황 (출처 : 온스테이지 유튜브 영상 캡처)

한편, 어슬렁 페스티발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어슬렁 페스티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사 관련 소식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참고해 즐거운 배회에 활용하면 좋겠다.

 

어슬렁 페스티발 2019 포스터 (어슬렁 페스티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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