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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좋아하게 될 거예요 음 레코드 야기 2019년 9월 16일

'힙한' 매장에 놓인 턴테이블은 그것이 '힙한 소품'이 될 만큼 생경한 까닭에 거기 있다. 그때의 것을 그때 있었던 것으로 두지 않겠다는 공간에 다녀왔다. 이태원 <음 레코드>다.

 

 

호기심을 갖다

우사단길 가장 높은 지대, 도깨비 시장 끝 혹은 초입에 서서 고개를 들면 한쪽 벽면을 통째 채우고 있는 거대한 ‘음’이 보인다. 몇 개 틀로 나누어진 통유리 창은 좀더 작은 ‘음’과 ‘Mmm’으로 빼곡하다. 오래된 노래 가사 일부를 타이포그래피에 담아 미처 글자로 채우지 못한 창 모서리에 붙여두기도 했다. 바깥에서는 부러 눈 붙이고 들여다보지 않는 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색색깔의 빛 바랜 조명이 밖에서 건너다보이는 내부 풍경을 더욱 흐린다.

덕분에 공간 안에서는 행동하기가 편하다. 1층의 반절을 차지하는 바이닐(LP판), 카세트테이프, CD를 판매하는 가게만 본다면, 덜 들여다보이는 것이 별스러운 차이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루프탑을 포함해 총 3층의 건물이 음레코드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본다면, 바깥을 신경쓰지 않는 일, 그래서 공간의 분위기에 ‘몰입’하는 일이 음레코드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금세 알 수 있다.

 

출처 : 에디터 veggie

 

음 레코드는 바이닐 레코드샵에 기초를 둔다. 다만, 레코드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바이닐 문화를 제안’하는 보다 확장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닐을 다양한 방법으로 겪어볼 수 있게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바이닐 아티스트의 아지트를 소과제 삼은 일도 있었고, 공간에 부스를 따로 마련해, 바이닐의 ‘아날로그한’ 성격과 맥이 닿아있는 라디오 방송(Mixcloud에서 지나간 방송을 들을 수 있다)을 진행한 일도 있다.

2016년 개장 이후 이처럼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던 음 레코드는 근래 행사 대부분을 비주기 이벤트로 전환하고 조금 더 ‘일상적인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음악을 듣는 경험’ 자체다.

 

듣기를 경험하다

1층의 반절은 바이닐, 카세트 테이프, CD를 파는 레코드샵이다. 바이닐의 수가 비교적 많고, 다음이 카세트테이프로, CD는 몇 장 비치해두지 않았다. 바이닐은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것을 상단 비치대에, 이외의 것은 발치 나무 상자에 넣어두었다. 각 상자에 ‘대여’ 혹은 ‘SALE’이 쓰여 있다. ‘대여’ 상자에 들어있는 바이닐은 3층 루프탑에서 직접 턴테이블에 올려볼 수 있다. 턴테이블 작동 방법이 생소하다면 공간지기에게 문의하면 된다.

카세트테이프도 들어볼 수 있다. 2층에 ‘카세트룸’이 마련되어 있다. 갖가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붐 박스에 테이프를 넣는 경험까지가 방문자의 것이다. 빈티지한 공간 특성상 화보촬영이 다수 이뤄진 것을 배경 삼아, ‘음 레코드에서 진행된 화보’를 주제 삼은 방 역시 카세트룸 옆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소 바이닐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우선 ‘생소한 경험’이라는 콘텐츠에 이끌려 공간을 찾겠지만, 단순히 오래 전 있었던 기기 및 매체로 음악을 들었다는 ‘생소한 일을 해본 기억’을 제공하는 것이 콘텐츠의 목표는 아니다. 콘텐츠의 목표는 다음에 가깝다. ‘경험에서 애정을 끌어낼 것’. 

 

 

애정을 틔우다

공간의 큰 목표는 ‘새로운 바이닐 문화 제안’에 있지만, 일단의 소과제로 ‘사람 모으기’를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콘텐츠의 매력으로 공간을 찾더라도 이후에는 바이닐에 애정을 품고 공간을 찾을 수 있는 이들을 만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음 레코드는 편집숍이나 전시장의 기능을 느슨하게 겸한다. 많은 종류의 붐박스, 워크맨, 턴테이블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구경하고 마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진짜로 그것의 ‘기능’을 하는 것들이다. 방문자는 붐박스로 재생한 노래와 턴테이블로 재생한 노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왼쪽 워크맨과 오른쪽 워크맨 중 어떤 것이 내게 더 적절한 소리를 내는지 따위를 마치 전문숍에서 쇼핑을 할 때처럼 찾아볼 수 있다. 

대상을 구경하고 탐색하는 과정 중에는 의도치 않게 대상을 향한 애정이 탄생하고 배가한다. ‘아날로그한’, 손과 몸과 머리를 움직이는 경험에서 시작한 애정은 기억과 함께 몸에 인 박인다. 취향의 단단한 근간이 되는, ‘진짜배기’ 애정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새로운 바이닐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음 레코드가 성공했느냐고 묻는다면, 마냥 긍정하기에는 아직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바이닐 문화를 진짜로 좋아하게끔 만드는 계기로 공간이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모이면 문화는 따라 움튼다.

일상적인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비교적 큰 규모의 행사도 병행한다. 바이닐 문화의 한 축인 ‘DJ’ 관련 행사가 왕왕 열린다. 앞집 ‘시티카메라’와 사진전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방문 전, SNS에서 행사 소식을 함께 훑어보고 가기를 추천한다.
음식도 음레코드가 가진 매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 연남동 랑빠스81의 셰프와 함께 한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가 시그니쳐 메뉴다.

운영시간은 평일 12시에서 24시, 주말 12시에서 새벽 2시. 오전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우사단길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을 구경하기에, 공간을 즐기는 데 보다 적절한 늦은 밤 시간까지 열려있다. 참고해 방문하면 좋겠다.

 

 

음 레코드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우사단로10길 145
이용 시간 :
일~목 - pm 12:00 ~ pm 24:00
금~토 - pm 12:00 ~ am 26:00

 

출처 : 에디터 veggie

출처 : 에디터 veggie

출처 : 에디터 v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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