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빠져도 좋은 책, 워터프루프 북 디디 2019년 9월 6일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낭만적이기만 한데… 젖은 손으로 책장 넘기기, 순간 미끄러져 풍덩,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워터프루프북
민음사의 쏜살문고에서 욕조, 바다, 수영장, 화장실(?) 어디든 들고 가는 책, ‘워터프루프북’을 출시했다. 물이 튀기면 종이 표면에 흘러내리고, 혹여 물에 빠트리더라도 우글쭈글해지지 않는다. 접착 방식이 아닌 실 제본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낱장이 떨어질 염려도 없다. 물에 잠긴 뒤엔 젖은 수건을 말리듯 펼쳐두면 말끔히 건조된다.
젖지 않는 비밀은?
워터프루프북은 미네랄페이퍼 혹은 스톤페이퍼라 불리는 소재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돌종이’다. 때문에 방수, 방습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마를 때에도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원체 질겨 잘 찢어지지 않는다.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지는 돌들로 종이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기발하지 않은가?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무와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파괴, 수질 오염 걱정이 없고, 돌종이 1t이면 나무 20그루, 물 95L의 절약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무 종이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아주 적은 저탄소 제품으로 대기 오염 방지와 환경 보호까지 가능하다. 버려진 돌종이는 매립하거나 불태워도 무해하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착한 종이’라 하겠다.
물 속에서 만나는 고딕 소설들
작년 <82년생 김지영>, <보건교사 안은영> 등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워터프루프북으로 탄생해 뜨거운 인기를 자아냈는데, 그 인기를 이어 올해도 새로운 시리즈로 워터프루프북을 출시하게 됐다. 숨어있던 여성 작가들의 명(名)고딕 소설을 찾아 컬렉션으로 엮어냈는데, <프랑켄슈타인>으로 공상과학 호러 소설의 문을 연 ‘메리 셸리’, <순수의 시대>로 최초의 여성 퓰리쳐 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 남성 필명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었던 빅토리아 시대 대표 작가, 조지 엘리엇의 고전 고딕 단편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공포, 환상, 공상과학, 심령 등 오컬트 적인 면모를 마음껏 드러내는 것이 고딕 소설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보이지 않는 소녀>, <밤의 승리>, <벗겨진 베일> 제목부터 어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어서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책 표지에는 제목과 상반되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으스스하면서도 어딘가 코믹해 보이게끔 해 고딕소설의 매력을 한껏 올려준달까? 거기에 방수 PVC 파우치,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투명 책갈피까지… 빨리 구매하러 가야겠다.
어디서 만날 수 있나
민음사의 쏜살문고는 동네서점을 겨냥한 에디션을 출판하는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집 근처 작은 서점에서 워터프루프북을 만나볼 수 있단 뜻이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검색창에 ‘워터프루프북’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보자.
TIP
물속에서 책을 읽으면 단연코 재미가 두 배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책에 흠뻑 빠지게 되더라도 물속에 너무 오래 있진 말자. 책은 멀쩡하겠지만 당신의 손은 분명 쪼글쪼글해질 테니까!
사진 출처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