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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의 연극하는 법, 극단 Y 인터뷰 Veggie 2019년 9월 2일

이전의 관성을 끊어내는게 조금 불편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조금 느릴지라도. 모두가 행복하게 연극할 수 있는 그때가 와, 연극을 더 오래 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다.

 

'내가 여기서 쓰러질거 같냐', '이 바닥에서 극단Y 절대 죽지 않아'

 

2018년 마미손의 패러디 영상이 한창 무르익고 식어갈 무렵, 예술계 종사하는 지인이 공유한 한 영상을 본 적 있다. 어느 극단이 영세 극단들을 대변하며 험난한 공모사업의 복잡한 행정 절차들과 살아남기 힘든 연극판을 개탄하며 만든 영상이었는데, 개사한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혔다.

‘문화재단 지원사업 동아줄아 기다려라’ ‘이 바닥에서 절대 지원서는 쉽지 않아’ ‘섭외전화 받고 싶다’ ‘극단Y! 페이 못 줘서 미안해’ ‘엄빠 미안해 내 연극 지인 대잔치’ 등등...

온갖 명언을 남기며 신진 극단들의 힘든 사투를 대변해준 뮤직비디오는 큰 인기를 끌었다. 꼭 연극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모사업 한 번쯤 지원하고 운영해본 단체나 실무자라면 누구나 겪었던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한 고충이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웃겼지만, 매우 씁쓸하기도 하고 웃프다.

 

그렇게 영상이 머릿속에서 잊혀져 갈 즈음 올해 5월, 무중력지대 무악재에서 진행한 참신한 전시 제목이 들려왔다. 바로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 - 가부장없이 연극하기’였다. 어느 팀인가 보니 극단Y를 비롯, 공공연희, 콜렉티브 뒹굴, 극단 배우들 등 6개 팀이 ‘화학작용4’를 구성해 공동 제작한 실험 프로젝트였다. 다시한번 살아남아있어, 반가운 이름 극단Y를 만났다.

예술계 가부장제의 민낯이 드러난 이후, 기성세대의 모든 가치들을 전면 해체하려는 새로운 연극계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 한가운데 극단 Y가 있었다.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 - '가부장없이 연극하기'>, <드랙나라의 앨리스>, <미의 기준>, <그냥 청소하는 것도 필모그래피가 되나요?>. 극단Y의 최근 작품 필모그래피. 들불처럼 번졌던 미투 이후의 연극계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전의 관성을 끊어 내는 게 조금 불편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조금 느릴지라도. 모두가 행복하게 연극할 수 있는 그때가 와, 연극을 더 오래 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다.

 


 

“‘극단’이라는 공동체가 ‘극단을 위해서’라는 말을 통해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구조들을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박태양

먼저 간단하게 극단 y를 소개해주세요. 구성원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안녕하세요. 연출 강윤지입니다. 극단 Y는 모든 창작진들이 주체로서 존중받으며 평등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을 지향하는 단체예요. 사실 1인 극단의 구조예요.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지향점을 공유하고 역할분담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극단’이라는 공동체가 ‘극단을 위해서’라는 말을 통해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구조들을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함께 하는 분들도 단원이라고 딱 메이지 않은 채로 느슨한 구조에서 생기는 장점들을 좋아해요. 올해는 감사하게도 6명의 구성원들과 작업을 해나가고 있어요.

‘Y’는 어떤 의미인가요?

주로 페미니즘 이슈로 공연을 하는데요, Y는 여성의 포궁 형태이기도 하고, 제 2의 미지수이기도 하고, 처음 시작했던 분들의 모든 이름에 들어갔던 알파벳이기도 해요.

 

24시 연극제 공연 모습 ⓒ박태양

어떻게 구성원들이 모이게 되었고, 시작하게 되었나요? 극단 Y의 창단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정신이 없을 때였어요. 당시만 해도(지금도 많다고는 못하겠지만) 여성배우의 역할이 많이 부족했고, 네 명의 여성배우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 ‘역할이 없다면 우리가 만들겠다’라는 생각으로 모여 있었는데 연출이 없었던 거예요. 연락을 받았고, 미팅을 했고, 그렇게 시작했어요.

극단 Y가 왜 창단되었냐면, 열악한 연극씬에서 지원금을 받으려면 우선 사업자가 필요하거든요. 극단에 의미를 둔 건 아니에요. 매번 모이는 사람들, 그 자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후로는 늘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그리고 아주 매력적이고 소중한 분들이 저와 함께해 주셨어요.

 

 

“<그냥 청소하는 것도 필모그래피가 되나요>라는 공연 중 한 에피소드인 ‘청소하는 조연출’은 거의 다 저의 실화이기도 했어요.”

 

'그냥 청소하는 것도 필모그래피가 되나요?' 공연 포스터

 

<가부장없이 연극하기>, <그냥 청소하는 것도 필모그래피가 되나요?>, <권리장전>. 극단Y의 이전 프로젝트들만 보아도 기존 연극계에 판치던 문화가 짐작이 갑니다. 기존의 연극계에서 자행된 관습은 어떤 것이 있나요?

어린 배우나 창작진, 소위 ‘막내’만 청소를 하고, 연극하러 와서 커피를 타고 도시락을 주문하는 잔심부름, 술자리에서 선배들이 가기 전까지 집에 가기 어렵거나 술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상황들, 쉽게 성적대상이 되어서 외모 평가를 받거나 노래방이라도 가면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그냥 청소하는 것도 필모그래피가 되나요>라는 공연 중 한 에피소드인 ‘청소하는 조연출’은 거의 다 저의 실화이기도 했어요.

페이도 없는데 연습실에 혼자 1시간, 2시간 일찍 나와서 연습실 청소하고, 배우들 마실 물 떠다놓고, 음향 세팅하고, 대본 출력해서 정리해 놓고, 스탭분들이랑 연락하고, 연습실 대관부터 배우들 일정 조율까지 하는데, (사실 일은 더 많아요) 사람들이 말하길 ‘그렇게 배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센스 있게 하면 되는 거’라고. 대체 얼마나 더 해야 센스가 있는 거고, 이것이 나의 연극 인생에 어떤 배움이 되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죠.

앞서 말한 일들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들이 있어요. 근데 다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인데, 막내니까 당연히 네가 해야지, 라는 분위기가 잘못되었다는 거죠. 그리고 선생님이나 선배 말에 무조건 ‘네’라고 해야 하는 분위기, 이런 위계적이고 위압적인 분위기는 이상하잖아요. 위험하고.

 

이러한 관습들은 어떻게 재생산, 지속되어 올 수 있던 걸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연극은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게 ‘위계’거나 ‘폭력’이라는 인지도 없었어요. 대학 때부터 그렇게 배웠거든요. 그리고 연극은 정말 인맥이 크게 작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진입하는 신진 연극인들에게 선배나 선생님들은 정말 중요해요. 한 마디로 ‘찍히면 다시는 연극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기죠.

 

'드랙나라의 앨리스' 中

 

‘가부장’의 문제에서는 흔히 성별을 떠올리는데, 극단 Y의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역할(특히 연출)이 주는 위계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극을 올리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함께 극을 창작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극단 Y가 생각하는 기존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연극계는 사실 좀 (많이)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연출이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고, 사실 그만큼 많은 일들을 하게 되죠. 극단의 대표도, 기획도, 연출도, 홍보도, 정산도, 그냥 웬만한 일들은 거의 다 해요. 근데 연출은 공공연한 리더기 때문에, 연출이 조성해내는 분위기가 다른 창작자들이 자신이 얼마나 안전한지, 얼마나 자유롭게 의견을 발화할 수 있는지,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 느끼게 하죠. 그래서 제작환경을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지금 저희는 최대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어요.

작업할 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건 팀의 내규인 ‘권리장전’이에요. ‘나는 나 자신을 우선순위로 둘 권리가 있다’, ‘나의 의견을 발화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와 같은 조항들이 있어요. 첫 만남 때 꼭 약속을 하고, 서로를 어떤 호칭으로 부를지도 약속해요. 연습실 안에서 나와 당신은 ‘20살과 32세’로 만난 게 아니고, ‘7년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로 만난 것도 아니고, ‘대학 시절의 선후배’로 만난 것도 아니고, ‘창작자 대 창작자’로 만났음을 분명히 하는 거예요.

 

극단Y 내부 규칙 '권리장전' 전문

 

관객들과 만날 때, 단지 공연 날 결과물을 통해서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관객들과 극을 올리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관객들을 창작 과정에 참여시키기도 합니다.(‘임신중지’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관객에게 물었고, 가부장 아카이빙을 진행했습니다. 드랙나라의 앨리스는 공연 전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이렇게까지 모든 작업들을 오픈해가며 진행하고 있었는지 몰랐어요. 매번 그 이유가 달랐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무료 낭독회를 통해 관객들을 먼저 만나서 피드백을 받고, 본 공연을 진행하는 과정을 밟고 있네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로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경험과 피드백을 포함시키지 않은 채로 완성된 공연을 만들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만의 경험으로 한정시키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경험을 확장시켜서 담론을 만드는 것, 최대한 내부의 것을 오픈하는 것,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끝없이 우리 자신을 의심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344명의 썅년들'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에 관객과 소통하는 극단Y(왼),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 프로젝트 중 관객패널을 모집하는 포스터 내용(오) (출처 : 극단 Y 페이스북)

 

 

“변화하고 있어요. 정말로 많은 것들이 조금씩. 연극계는 앞으로도 더 많이, 계속해서 변화할 거예요.”

 

2018 신촌거리예술축제에 참가한 극단Y

 

연극계를 뒤흔든 ‘미투’ 이후 다양한 연극 현황을 비꼬는 극들이 창작되고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변화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사실 연극계가 엄청 좁으면서도 넓어요. 감각하고 있지 못하는 집단도 많고, 미세하게 감각하고 있어서 세심한 고민 없이 공연에 위계폭력, 성폭력 이슈들을 다루는 집단들도 많다고 느껴요. 그렇지만 분명한 변화들이에요. 인지를 시작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작년에 페미니즘연극제 1회가 시작되었죠. 올해 2회를 하면서 텀블벅을 진행했는데, 저는 관객들의 연대를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연극제가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들이요. 관객들이 연극을 예매하면서 보고 싶은 건, 그것이 실패하는 인간이든 성취하는 인간이든, 훨씬 풍부한 여성 캐릭터 혹은 서사와 현장성이라고 생각해요.

 

2019년 진행된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포스터(왼), 젠터프리 캐스팅 연극 <비평가> 포스터(오)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단체 내의 자체적인 규약들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하고 있던 ‘콜렉티브 뒹굴’의 자치규약은 정말 세세해요. ‘프로젝트 레디메이드’나 ‘극단 문’에서도 내규들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요. 작년에 ‘페미니스트연극인연대’에서 만든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한 질문들을 모은 자료는 정말 좋은 예시라고 생각해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에서는 ‘불편한 연극’이라는 책자를 만들어서, 일상의 폭력들이 무엇인지, 왜 잘못되었는지 집어냈죠.

국공립단체들의 계약서에는 성폭력 관련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고, 성폭력 예방 교육도 필수로 하도록 되어있어요. 변화하고 있어요. 정말로 많은 것들이 조금씩. 연극계는 앞으로도 더 많이, 계속해서 변화할 거예요. 관객들이 계속 소리를 내주고, 좋은 공연들을 소비하고, 그렇지 않은 공연들을 소비하지 않아 주신다면,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2018 신촌거리예술축제 '미의 기준' 中

 

현재 다가오는 공연 ‘344명의 썅년들’ 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344명의 썅년들’은 프랑스의 임신중지 합법화 과정을 담은 연극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낙태죄가 있던 1971년 4월 5일, 진보 잡지의 표지에 20대에서 70대까지 당대 최고의 지식인, 변호사, 소설가, 배우, 사회운동가 여성 343명이 ‘나는 낙태했다’고 선언하는 일이 있었어요. 불법이었기 때문에 잡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난 운동이죠. ‘343 선언’이지만, 당시에 ‘343인의 창녀들’로 풍자 받았어요. 연대의 의미로 ‘344명’이라고 제목을 변경했어요.

작년 12월부터 공부하면서 작성한 대본인데, 올해 4월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 위헌 판결이 났어요. 이후 팀원들과 출판사 아르테의 ‘임신중지’ 책으로 함께 스터디하기도 하고, 다양한 논문과 영화 등 자료들을 찾으면서 우리가 지금 한국 사회에 던져야 할 화두는 무엇인지 캐릭터들을 어떤 방향으로 구현시켜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임신중지'를 다룬 작품 '344명의 썅년들'과 관련하여 극단 Y와 함께 9월에 진행되는 행사들이다. 본 공연은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 ‘낙태죄 처벌 폐지 이후에 와야 할 것들’ 강연은 페이버릿미 프로그램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극단 Y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순간, 시간은 무엇인가요?  (자유롭게 본인의 취향과 취미를 말씀해주셔도 좋고, 극단 Y의 꿈을 얘기해주셔도 좋습니다.)

워라밸이 정말 안 되는 타입이라 질문이 어려워요. 꿈이라고 물으시면 돈 걱정 안하고 연극 하는 거요? (진심이에요.) 오래 연극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인 것 같아요. 오래 행복하고 싶다는 말과 동일한 것 같아요.

 

 

극단 Y 페이스북

사진 제공  극단 Y
인터뷰  Veggie

 


  ▲ '낙태죄 처벌 폐지 이후에 와야 할 것들' 강연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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