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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사는 삶
적정기술 건너다보기
야기 2019년 8월 30일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지난 7월 5일~7일, ‘2019 서울적정기술한마당’이 열렸다. 전시 및 체험 부스와 함께 진행된 강연 중 ‘적정기술과 교육'의 내용을 담았다.

 

휴대용 정수 빨대인 ‘라이프 스트로우’, 가볍게 식수를 운반할 수 있게 한 바퀴 모양의 드럼통 ‘Q드럼’,....... 이같은 대안 제품에 관해 한 번쯤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들에 붙은 이름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도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떤가. 동네에 지어진 대장간, 풀을 공부하는 마을, 바느질을 배우는 학교,.......  이들의 이름 역시 ‘적정기술’이라는 것은 조금 덜 알려진 사실이다.

산마을고등학교 안성균 교장, 크리킨디센터 김희옥 교사, 맑은샘학교 전정일 교장, 전환마을은평 유희정 활동가가 조금 덜 알려진 후자의 적정기술을 양식 삼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공동체를 말하다

‘적정기술’이란, ‘공동체의 인프라를 고려한 기술’을 가리킨다.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도 유지·보수·활용이 모두 가능하도록 간소화 혹은 수정한 기술이 자주 사례로 소개된다.

전기나 교통 등의 제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주로 유통되다 보니, 전기와 교통을 활용하지 않는 기술이 많다. 적정기술에 ‘로우테크(Low-Tech)’나 ‘친환경’ 등의 수사가 꼬박 붙는 이유다.

한편, 예의 수사, 로우테크나 친환경 등에 조금 더 주목해 다른 모습의 적정기술을 펼쳐보이는 이들도 있다. ‘삶의 방식’으로서 적정기술을 이야기 하는 이들은 친환경을 “좋은 삶(크리킨디센터 김희옥 교사)”의 조건 삼고 그 방법으로 적정기술을 택한다.

태양열을 활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 한다거나 빗물을 모아서 활용하는 등의 익숙한 친환경 활동도 이들의 적정기술적 삶의 양식에 포함되지만, 조금 생소한 것도 있다. ‘자급자족 생활’이다.

 

적정기술의 다른 이름들 (사진 출처 : 맑은샘학교 발표 자료 가공)

 

손을 쓰다

인천 강화에 위치한 산마을고등학교는 보통교과 과정 외에 특색교과 과정을 따로 둔다. 국제이해교육, 생태환경교육, 창작활동 등의 과목인데, ‘생활기술’ 과목 역시 그중 하나다.

생활기술 수업에서 학생들은 직조, 덩굴바구니 짜기, 나뭇가지 쟁반 엮기, 집 짓기 등을 배운다. 학내에 대장간과 화덕이 있어서 구리나 철로 만든 공예 작품을 제작하거나 천연 발효빵 만들기를 실습하기도 한다. 이들 활동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든 활동에서 학생들은 '손'을 쓴다.

제 손을 써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 중에, 학생들은 가장 최초의 재료를 직접 대하고 그것이 어떤 쓸모에 가닿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결국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배운다.

적정기술의 특징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 ‘체득’하는 방식으로 배운다는 것이다.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내 대장간에서 만든 철 공예 작품 (사진 출처 : 유튜브 '2019 서울적정기술 한마당 라이브' 캡쳐)

 

생활기술 과목뿐 아니라 다른 특색활동도 ‘몸으로 부딪쳐’ 배운다. 생태환경교육 시간에는 텃밭을 가꾸고 국제이해교육을 위해서는 베트남 평화기행을 간다. 사진은 산마을 고등학교의 체험 수업을 소개하는 안성균 교장 (사진 출처 : 서울혁신파크 페이스북)

 

‘우리’의 범위

적정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공동체’에 주목한다는 데 있다.

과천에 위치한 초등생 대상의 대안학교 맑은샘학교는 학내 진행하던 생태 전환적 교육, 체득하는 교육을 학교 바깥까지 확장해 전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환마을 과천을 꿈꾸는 적정기술 생활학교’ 등의 적정기술 수업을 열어서 마을 주민 대상으로 직조나 DIY 태양광 스탠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고, ‘양지마을 마을공원 만들기’처럼 좀더 부드럽게 ‘마을 안에서의 연대’에 방점을 둔 활동을 열기도 한다.

‘친환경’이라는 화두보다 차라리 ‘주민자치’와 가깝게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공원 조성 등의 활동이 ‘적정’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같은 흐름에서다. 적정기술적 삶에서 ‘우리’의 최소 범위는 ‘마을’이다. 따라서, ‘마을에 필요한 것을 마을 사람들이 만든다’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는 활동은 곧 적정기술 운동이 된다.

 

‘전환마을 과천을 꿈꾸는 적정기술 생활학교’ 포스터 (사진 출처 : 과천뿔뿌리 페이스북)

 

한편, 학교에 따로 적을 두지 않고 애초 마을 수준에서 적정기술 교육을 시작한 사례도 있다. 전환마을은평의 경우다.

전환마을은평의 전망은 ‘풀 공부’를 통해 친환경에 닿는 데 있다. 이들은 먹을 수 있는 풀과 없는 풀을 나누고 채집하는 법을 배우며 풀을 활용한 요리법을 공부한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스스로를 “취향공동체”라고 소개한다는 점이다. “서로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마음껏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유희정 전환마을은평 활동가)”이라고 이들은 전환마을은평을 소개한다. ‘함께 가야 오래간다’는 격언이 적정기술 운동에도 작동한다는 것, 특히 ‘마을 수준’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뜻하는 퍼머컬쳐(PERMAnent agriCULTURE)를 기반으로 풀 채집, 풀 요리 등 풀 공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모임 ‘전환의 식탁’ 포스터(왼)와 그 현장(오) (사진 출처 : 전환마을 은평 페이스북)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

물론, 완전한 자급자족은 가능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의 생계활동은 마을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학교는 국가라는 더 큰 제도 안에 있다. 자급자족에 필요한 최소 공동체인 마을의 뜻을 한 데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산마을고등학교 대장간의 시설은 다른 기관에 주문제작한 것이다. 서울적정기술한마당의 적정기술 체험 부스에 설치한 소규모 대장간에서는 풀무질을 전기가 대신했다. 연료는 화석연료인 갈탄을 썼다.
맑은샘학교는 교내 미장 수업의 일환으로 지었던 집을 민원으로 해체했던 경험이 있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어 당국이 저지한 것이다. 당국에서 내려온 예산 운용에 관한 고민으로 교내의 빗물 저금통 수리를 미룬 일도 있다.

그럼에도 ‘또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겪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마을 밖의 기업에 취직하고 거기 산다’는 자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삶의 궤도가 유일한 삶의 향방은 아니라는 것을 일단 알게 된다면, 천천히 조금씩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적정기술 운동을 하는 이들의 미래상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발효빵 만들기 기술을 이용해 거주하던 마을의 빵집에서 일하고 있는 산마을고등학교 졸업생의 사례가 소개됐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고 그 삶을 선택하는 데 적정기술 교육이 영향 미친 셈이다.

 

6일 진행된 ‘대장간 철공예’ 체험 부스 (사진 출처 : 서울혁신파크 페이스북)

 

성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적다는 것

한편, 이날 소개된 교육 혹은 훈련은 대부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대부분 대안학교나 청소년 시설 교사인 이들이 연사로 나선 까닭도 있었지만, 범위를 넓혀도 그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연사들의 공통의견이다.

김희옥 크리킨디센터 교사는 이를 해소할 방법으로 ‘시민 참여’를 들었다. “시민들이 나서주시면 (프로그램을 열)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특정 단체에 적을 두는” 방법을 귀띔하기도 했다. 각 단체의 페이스북 등에서 정보를 찾으려 하면 분분히 흩어져있어서 제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데 특정 단체에 적을 두면 정보가 흘러들어와 수월하다는 것.

 

6일 진행된 ‘숟가락의 숲’ 체험부스. 그린우드워크의 워크숍이 진행됐다 (사진 출처 : 서울혁신파크 페이스북)

 

크리킨디센터에서는 ‘그린우드워크’를 진행중이다. 목공소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생나무로 숟가락을 깎는다. 연계해 조경대장에 없는, 저절로 자라난 나무를 찾는 ‘서울 사는 나무 프로젝트’ 진행할 예정도 있다. 김희옥 교사는 혹 ‘적을 둘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면 참고하면 좋은 프로그램으로 이들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적정기술 첫술뜨기 : 핸즈데이

관련 단체에 적을 두거나 때때로 인터넷을 뒤져 프로그램을 찾는 등의 활동에는 어느 정도의 ‘작심’이 필요할 수 있다. 적극적인 활동에 발 들이기가 아직 부담스럽다면, 원데이 클래스 방식의 체험 활동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마을 기술센터 핸즈(Hanz)에서는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 적정기술 워크숍이 열린다. 서울혁신파크 제작동 2층 적정기술랩에서 진행된다.
주제가 때마다 다른데 보통 생활에 밀접한 소형가전을 만든다.

가까운 8월에는 줄넘기 발전기와 도서수납형 의자를 만들었다. 7월에는 햇빛 오디오를, 5월에는 공기청정기를 제작하는 것을 주제 삼았다.

다가오는 9월에는 LED 스탠드와 햇빛 오디오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세사항 확인이 가능하다.

 

9월 핸즈데이 포스터 (사진 출처 : 마을기술센터 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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