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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보는 날엔
연희동에 가야한다
Veggie 2019년 8월 12일

처음 만난 날, 우리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에게 질문한다. 여기 질문하지 않아도 서로의 취향이 같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모인 곳이 있다. ‘넷플릭스를 보는 날이면 연희동에 가야한다’, 일명 ‘넷플연가’다.

1. 세계최초(?) 넷플릭스 기반 커뮤니티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국내 유료 이용자가 15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혜성같이 등장해 젊은이들의 헛헛하고 공허한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주던 이 스트리밍 매체는 너무 달콤해서 간혹 삶의 패턴을 뒤바꾸거나,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든가 하는 ‘고립’을 주기도 한다.

한편 넷플릭스는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도 한다. 점차 이용자가 늘어나고 추천작, 인기작에 대한 풍문이 떠돌고 만인이 즐기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일상 속 대화의 흔한 소재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넷플릭스 영상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는 최초(?)의 ‘커뮤니티 살롱’이 생겨났다(넷플릭스에서 만든 모임 아님 주의!).

2. 매번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과. 취향껏

‘넷플릭스를 보는 날이면 연희동에 가야 한다’는 연희동에서만 모임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 곳곳에서 보는 영화, 프로그램에 따라 장소와 호스트가 바뀐다. 지역도 아현동, 을지로, 후암동, 이태원 등 다양하다. 장소는 쿠킹 스튜디오, 디자인 스튜디오, 극장, 오래된 목욕탕 등 이색적인 창작자들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호스트는 그러한 공간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혹은 문화예술계에서 꽤나 몸 담았던 이들이 맡기도 하고, 때론 참가자들끼리의 적극적인 자발적 소통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 프로그램별 회차 정보

보통 한 프로그램은 2 - 3주의 널널한 주기로, 3 - 4회 모임을 가진다. 매 차례 모임마다 하나의 테마 아래 각기 다른 영상을 시청 후 모인다(꼭 사전에 영상을 시청하고 와야 한다). 그리고 함께 대화를 나눈다. 때로 영화와 관련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아주 사적인 글을 써보기도,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 SNS에 아주 친절하고 상세히 소개되니 걱정 마시길.

회차를 거듭하며 함께 나눈 대화의 경험을 쌓아가기 위해 연속 모임을 참여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받는다(물론 1회만 신청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든 처음은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 ‘해피해피 브레드 보는 날이면 후암동에 가야 한다’ 상세 소개 인포메이션

홈페이지에는 각 프로그램마다 호스트와 장소, 모임 컨셉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나와있다. ‘취향’껏 선택할 수 있도록 모이는 장소의 분위기와 프로그램 주제의 무게를 친절히 표기해놓는다. ‘넷플릭스’가 사용자 취향에 따라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듯이, ‘넷플연가’ 역시 이용자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고 고려하여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다는 건 그만큼 준비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가득하다는 것!
최근 리뉴얼된 홈페이지에는 오픈 예정인 모임들을 한껏 리스트업해놓았다. 새로운 물음과 소재로 큐레이션된 프로그램들은 이미 봤던 영화도 다시 보고싶게 만든다.

▲ 넷플연가 홈페이지 내 오픈 예정 모임들

 

3. 진지한 대화가 좋아

  ’콜미바이유어네임 보는 날이면 합정동에 가야한다’ 유혹의 글쓰기 워크샵 중

오래 만난 대학 동기,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을 만날 때는 오히려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분위기가 적막해지고, 서로의 의견이 갈릴까 두렵기도 하다. 한편, 처음보는 사이지만 취향이 같은 이들과 모이는 이 자리에서는 진지한 이야기가 더욱 편하게 나눠진다. 

▲ 넷플연가 모임 전 제출해야 할 사전과제

진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넷플연가는 모임 전 사전과제가 있다. 영화를 더 깊이있게 기억하기 위한, 모임의 대화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숙제이다. 미리 나의 삶과 영화와의 관계를 생각해볼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뿐더러, 오랜만에 주어져 반가움(?)까지 느껴지는 ‘과제’는 모임에 가는 당신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고 기다려지게 할 것이다.

‘저 상황에서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까?'
'영화 속 투영된 실제 사회 현실은 어떠한가?'
'내 안에 농밀히 잠들어 있던 욕망은 무엇인가?'

영화를 빌어 답을 찾고 함께 모인 이들과 핑퐁 핑퐁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색하고 쭈뼛거릴 줄만 알았던 예감은 어느새 떨쳐지고, 그동안 아무와 나눌 수 없었던 깊은 대화에 신이 난다.

오히려 무기력하고 외로운 섬 같던 도시 생활에서 새로운 동지들을 만나 반갑고 기쁘다. 온전히 나만의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곤 했던 그동안의 시간과는 또다른, 취향이 같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행복감은 당신의 삶에 분명 큰 활력을 줄 것이다.

 

  • 에디터 코멘터리
  • 영화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 넷플릭스 혼자 보기 질린 사람들.
  • 깊은 관계보다,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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