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

디지털 사진에서 아이패드 회화까지 NFT 아트의 역사적 맥락을 찾아서 indrapinnata@naver.com 2021년 12월 13일

아날로그 카메라부터 아이패드까지 기술적 발전과 한 세기를 조우해 온 회화와 사진의 상호적 관계의 계보는 NFT 작품 탄생의 역사적 줄기이다. 디지털 이미지를 인화하지 않고, 실물없이 소유가 가능한 NFT는 ‘소유’라는 비물질적 관념을 ‘물신성’으로 치환시켜 다시 물질(재화)을 창출해내는 기능이며, 가상으로부터 구현된 현실로서 2020년대의 ‘디지털 이미지’가 제기하는 새로운 아이러니다.

디지털 사진에서 아이패드 회화까지 NFT 아트의 역사적 맥락을 찾아서

 

이윤영

 

[1]

 

 

19세기 스티글리츠의 사진은 특정 순간의 회화를 어떻게 더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동시에 회화의 감각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응답으로서 카메라의 초점을 흐리거나 조리개로 빛의 양을 조절했던 사실상 회화적 도구였다. ‘순간 기록에 초점을 둔 모든 다큐멘터리 방식의 사진들은 회화의 방식을 참조했다. 한편 회화는 눈이 놓친 기억을 다시 정교화하기 위해서 사진을 이용했다. 많은 회화 작가들이 (여전히) 캔버스 앞에 사진을 두고 그린다. 사진은 공간과 시간을 박제하여 언제나 지금 현재 여기 나의 앞에현시한다. 그렇게 사진과 회화는 서로를 참조하며 반세기 이상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했다.

 

긴 세월 동안에, 숙련공의 장인정신을 강조해 온 미술은 사진을 외면해왔다. 사진가는 미술가가로 불릴 수 없었다. 사진이 미술의 영역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은 개념미술 이후부터이다. 개념미술가들은 사진 뿐만 아니라 비디오 등 전통적인 매체가 아닌 새로운 매체들을 사용하는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로 수많은 작업을 남겼다.

 

그로부터 다시 반세기쯤 지났다.

카메라에 들어온 빛의 입자들이 은과 화학 반응하여 흔적을 남긴 드로잉이자 실제 세계의 실제 사물이 만든 것이 사진이었다면, 2000년 이후 미술계에 나타난 디지털 이미지는 컴퓨터로 스캔한 정보를 조작해 만든 하나의 스크린이다. 아날로그 필름이 물질성을 갖고 있다면 디지털 파일은 그것이 담고 있는 디지털 이미지와 동일하게 스크린의 형식이다. 디지털 이미지는 아날로그 이미지가 구축한 사실성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바이러스처럼 침범하여 무너뜨렸다아날로그 사진의 후반 작업과는 달리,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을 변형시켜 다시 원본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이러한 디지털 기법을 쓰는 회화적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와 제프 월이다.

 

[2]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1994년작 '홍콩 상하이 은행'은 심야에도 불이 켜져있는 사무실들을 비춘다. 빌딩에 있는 수많은 창문들에는 이제 막 출근한 것처럼 앉아서 일하고 있는 사무직 근로자들이 비치고 이들이 마치 작은 기계 부품이나 개별 상품처럼 열을 지어 배치된 형태로 파노라마 이미지를 조작하여 색상의 대비를 확연히 두드러지게 손봄으로서 현대적 숭고의 감정을 자아낸다. 2007년 총 7점의 평양 연작은 이러한 거대한 전체주의적 형상이 만드는 숭고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을 빌리자면, 구르스키의 파노라마 공간은 포스트모던한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지 지도를 시험한다. 구르스키의 공간들은 실제의 어느 특정 공간이라기보다 추상적 공간이고 선진 자본주의의 특징인 공간의 탈영토화를 입증한다.

한 화면에서 무수히 복제되는 개별 개체들이 상기시키는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하에서 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른 장소에서도 복제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구르스키가 보여주는 컴퓨터 시각화는 미디어=가상환경이 되는 2010년의 시대를 예견한다.

 

한편 사진작가이자 미술 평론가로도 알려진 제프 월은 70년대 중반부터 일군의 개념미술가의 한 일원으로서 미디어에서 본듯한, 또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가상적 사건을 라이트 박스위에 투사해 왔다. 특히, 그의 작업중 눈여겨 봐야 할 invisible man에서 그는 자신의 밴쿠버 스튜디오를 1369개의 전구를 천장에 매달아서, 저명한 소설가 랄프 엘리슨의 소설 속에서 나오는 비유적 공간으로 꾸몄다.

 

랄프 엘리슨의 1952년 저명한 소설 '보이지 않는 인간'의 영웅은 할렘 가장자리에 있는 비밀 지하실로 물러난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림으로 서사를 창작하는 것이 인상주의 회화의 주요한 과업이었던 점을 떠올려보면 제프월의 작업은 지나간 잊혀진 과거의 예술을 복각시킴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인간보이게했다.

 

[3]

 

디지털 사진이 등장한지 정확히 10년이 지나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공개석상에서 아이패드를 보인다. 포터블하지만 좀 더 컴퓨터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던, 중간에서 적당히 타협한 스타일의 제품이었으나, 보다 커진 스크린 탓에 사람들이 인식 펜으로 직접 화면에 드로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사용한 미술가가 데이비드 호크니였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미 터치스크린을 사용해 일치감치 2009년부터 아이폰에서 그림을 그려왔다. 그가 터치 스크린을 누구보다 먼저 채택한 것은 혁신적인 기술을 거부감없이 도입해왔던 팝아트 작가다운 일이었다. 그는 뿐만아니라 그는 팩스, 폴라로이드 필름 및 Photoshop을 사용한 회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더 이상 무거운 이젤과 캔버스를 낑낑거리며 옮기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손가락이나 인식펜만 있으면 누구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호크니는 집 근처 뿐만이 아니라 영국 곳곳을 여행할 때 항상 아이패드를 휴대했고 브러쉬 앱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런던의 테이트모던, 파리의 퐁피두 센터,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이 호크니의 아이패드 회화를 전시함으로서 아이패드 회화시대가 탄생했다아날로그 카메라부터 아이패드까지 기술적 발전과 한 세기를 조우해 온 회화와 사진의 상호적 관계의 계보는 NFT 작품 탄생의 역사적 줄기이다. 디지털 이미지를 인화하지 않고, 실물없이 소유가 가능한 NFT소유라는 비물질적 관념을 물신성으로 치환시켜 다시 물질(재화)을 창출해내는 기능이며, 가상으로부터 구현된 현실로서 2020년대의 디지털 이미지가 제기하는 새로운 아이러니다.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Other Post
  • 관련 포스트가 없습니다.